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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Day
Event 9
창의성과 시스템 사이에서
원성준, 김효성, 남영철

창의성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올까요? 개인의 창의성과 조직의 창의성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이 질문들에 대해 더 생각해보기 위해서 IT 업계에서 팀을 리딩하고 계신 세 분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성준님은 네이버에서 인큐베이션 스튜디오를 맡고 계시고, 네이버 이전에 외국의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원이었을 때와 실제 팀을 운영하는 관점으로 나눠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김효성님은 SK Planet에서 근무하고 계시고, ‘디자이너의 창의성 발휘와 잘 짜여진 디자인 시스템 사이에서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남영철님은 토스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시고 ‘창의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는 주제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세 분의 경험이 모두 다르기에 여러 관점에서 시스템과 창의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01. 디자이너 키노트 세션

원성준 님

시스템은 효율성을 증대하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방향으로 아웃풋을 모아야 하므로 개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조직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 가지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팀원이었을 때: * 1. 하고 싶은 일을 회사 일로 만들어라. 일이 주어지기 전에 먼저 실행을 하고 그 일을 회사일로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계속 그 일을 하면 재밌는 있지만 개인 시간을 계속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을 때, 개인적으로 관심 있었던 스마트폰 키보드 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뭔가 보여줄 것이 필요해서 7개월 정도를 혼자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회사 내부 해커톤에서 공개를 하고 펀딩을 받아서 그 일을 본업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 2. 팀의 방향과 달라도 맞다고 생각하면 계속 하라. 삼성에서 일할 때는 새로운 스마트폰 커버를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커버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세 가지를 정의하고 그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회사 내부에서 설득을 하며 결국 출시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할 때는 더 중요한 과제가 있으니 이 프로젝트는 하지 말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작업을 했고, 결국은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준 제품이 되었습니다.

* 3. 자유도가 높은 과제를 선택해라. 성공시 보장이 큰 갤럭시 초기 모델과 회사의 관심도가 낮은 미국 특정 통신사를 위한 폰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두 번째 프로젝트를 선택했습니다. 자유도가 높아서 많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별볼일 없는 과제 같더라도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더 많이 공헌할 수 있는 과제를 선택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팀 리더일 때:

팀원이었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네이버 인큐베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창의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춰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프로젝트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사업적인 가능성이 있는지, 우리 회사가 잘 하는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Tarte(타르트)라는 To Do 앱을 만들 때도 세 가지를 고려하고, 현재 경쟁자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팀원 각자가 ownership을 가질 수 있도록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제한이 없고 개발자와 다른 팀원들도 모두 이 과정에 참여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팀원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자신이 제품을 만들어간다는 ownership이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모든 프로세스에서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야 하고 그것이 시스템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치셨습니다.


김효성 님

“이 디자인이 효율적인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가” 모토로라에서 일할 때 임원이 이런 질문을 했을 때부터 효율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효율적이지 않은 디자인은 연속성을 가지기 어려운 일회성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효율성은 리소스, 속도, 품질을 결합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사람(고객)마다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내 만족을 위해 야근을 하고 있었던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페라리를 예로 들어보면 3천명 정도 되는 적은 인원으로 8억 이상의 고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반면에 국내 자동차 기업 같은 경우는 근로자에 비해 수익은 낮은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리소스(인력)가 많이질 수록 이윤이 낮아집니다. 기업에서 리소스 절감을 한다는 것은 실적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효율성이라는 것은 리소스를 유지하면서 실적을 높이는 것입니다. 에플, 구글 등 외국 기업들은 시스템화된 디자인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이런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을까요? 일관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쩌면 디자인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있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좋은 기능, 낮은 오류, 좋은 디자인을 갖춘 환경을 만들어야 결국에는 디자이너들이 더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단지 디자인 시스템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개발 시스템과도 잘 연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SK Planet에서도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작업했던 사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기술이 변함에 따라 고객이 변하고 그에 따라 시장도 변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합니다. 그래서 고객 변화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이런 논리를 정량적으로 수치화 하여, 얼마나 비용이 절감되는지로 임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있고 어느 정도 당장 손해보는 부분을 감수해야 했지만, 시행한지 일년이 넘은 지금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효성님이 내부적으로 정리한 Progressive User Interface(PUI)는 아토믹 디자인 개념을 차용하여, 작은 단위의 디자인 요소들을 결합하여 페이지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중요했던 점은, 이 시스템이 단순히 디자이너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나 기획자 등 다른 관련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이미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Legacy)에 칼을 대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개발자 분들을 설득해서 효율적인 개발까지 가능한 총체적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A/B 테스트는 물론 CMS, 빅데이터 기반 추천까지 통합하였고 결국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이 노력하고, 제안하고, 실행해야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가치는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인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강연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남영철 님

“창의성과 시스템은 충돌하는 것인가?”

창의성과 시스템은 마치 나무와 토양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창의성에 대한 정의는 분야마다 다를 수 있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는 창의성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자신과 조직이 속한 사업 영역에서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제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여 비지니스 골을 달성하는 사람입니다. 그 중에서 1) 문제를 발견하는 것과 2) 해결하는 영역에서 창의성을 많이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너무 당연해서 일반인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을 문제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창의성은 어디서 올까요? 고객 관찰, 시장, 기술, 규제 등 다양한 데이터에 접근하며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빨리 실행하여 테스트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미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1. 고민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라서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차용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1.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창의성을 발휘했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합니다.
    1. 창의성을 실행할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실패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MVP 및 A/B 테스트가 쉽게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1. 창의성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든 창의성의 결과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실제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창의성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크게 1) 디자인 시스템, 2) 제품 개발 프로세스, 3) 조직 구조 가 있습니다.

    1. 디자인 시스템은 예를 들어 부트스트랩과 구글 매터리얼 디자인입니다. 이런 이미 있는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1. 좋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예시는 스포티파이의 개발 문화입니다. 각 팀별로 다른 팀에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각 기능 컴포넌트를 수정할 수 있게 하고, 조금씩 자주 릴리즈하였습니다. 또한 소수의 인원에게 배포하여 반응을 보고 점점 인원을 늘려 배포하였습니다. 거기에 유관 부서의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실패를 장려하는 등의 문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1.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의사 결정 과정을 얕게 만들고, 자신들의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창의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토스에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토스는 제품별로 팀이 있고, 그 안에 여러 전문가들이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팀 내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실행까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창의성은 잘 만들어진 시스템에 기반하여 나온다며 강연을 마치셨습니다.


02. 패널 토크

이벤트의 후반부에는 스피커 분들을 모시고 패널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패널 토크에서는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팀과 개인이 부딪힐 때, 어떤 식으로 해결하시나요?
  • 현재 UX 디자이너(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창의성’의 정의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원성준] 팀의 우선순위와 본인의 우선순위가 부딪혔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득을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특히나 삼성이라는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요.
  • [김효성] 11번가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제안하셨을 때 각 팀마다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서비스 기획 / UXD / 개발)
  • [남영철] 시스템 위에서 Data에 근간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들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실제 토스에서의 사례를 하나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패널 토크를 진행하며 추가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기에 후기 글에 모든 것을 풀어쓰기는 어렵습니다. 패널토크에서의 솔직한 이야기들은 현장에 직접 오셔서 분위기와 톤을 느끼시고 직접 질문도 나눠주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창의성과 시스템은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속한 조직마다 적용되어야할 방식은 다를 것입니다. 또한 제품 디자인 관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 등 다른 분야가 디자인 시스템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너무 잘 구축하려고 하다가 창의성을 낮추고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이해관계를 잘 파악하며 실행해야 합니다. 조직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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